[인터뷰] ’도리화가‘ 좌승룡 우새벽, 배수지는 수지맞았다 (2024)

[인터뷰] ’도리화가‘ 좌승룡 우새벽, 배수지는 수지맞았다 (1)

【인터뷰365 유이청】영화 ‘도리화가’는 조선시대인 1867년을 배경으로 판소리 대가 신재효와 초선 첫 여성 소리꾼 진채선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 후기 판소리의 대가 신재효((1812-1884)는 물론 진채선(1842-?)과 김세종도 실존 인물이다. 무당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소리에 재능을 보인 채선은 17세 때 신재효의 눈에 띄어 조선 최초의 여성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다. 진채선은 고종 때 경회루 낙성연에서 빼어난 기예를 보였고 이를 눈여겨본 흥선대원군이 첩실로 들였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도리화가’는 신재효가 제자 재선을 그리워하며 지은 단가 제목이다. 후일 신재효가 중병이 들었을 때 채선이 고창으로 내려가 그의 임종을 지켰고 이후 채선의 행적은 남아있지 않다.
‘도리화가’에 깃들여진 스승과 제자의 아련한 이야기를 스크린 속에서 풀어낸 배우는 류승룡, 배수지, 그리고 송새벽이다.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인 동리정사를 배경으로 신재효는 류승룡, 진채선은 그룹 미쓰에이 수지가 본명 배수지가 연기하며 여기에 조선 후기 명창이며 판소리 이론에도 밝았던 김세종(연도 미상) 역의 송새벽이 가세한다.
판소리를 다룬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로 이미 높은 탑을 쌓았다. 이청준 원작에 실제 판소리를 공부한 오정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93년 개봉 당시 단성사에 표를 사기 위한 줄을 길게 세웠고 113만명 관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서편제’와는 같은 듯 다를 것이 분명한 ‘도리화가’는 특히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출연한 수지에 관심이 쏠렸다. 왜 이 영화 출연을 결심했고 어떤 작업을 거쳤는지, 지난 2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류승룡, 송새벽, 배수지와 이종필 감독이 참석해 ‘도리화가’를 얘기했다. 인터뷰365에서는 그중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을 추려 소개한다.


‘도리화가’ 출연을 결심한 이유
배수지 ‘건축학개론’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도리화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판소리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선배님들이 든든해서 촬영하는 동안 의지가 됐다.
류승룡 좌새벽 우승룡이다.
송새벽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실존 인물인 김세종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이었지만 시나리오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영화지만 그 안의 연극적인 부분도 재밌었다. 극 중에서 ‘한 판 놀아보자’ 하는데 설레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배수지의 캐스팅에 대한 반응
송새벽 수지 양을 처음 봤는데 너무 예뻐서 진채선 역할에 지나치게 예쁘지 않나 했다. 누추한 의상에 분장을 했는데 불구하고 정말 예뻤다. ‘도리화가’가 복숭아꽃 자두꽃이라는 뜻인데 수지 양이 현장의 꽃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류승룡 똑똑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건축학개론’ 이후에 이 시나리오처럼 힘들고 어려운 역을 배수지 양이 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정말 배수지는 배우지 라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는 판소리를 할 때 노래를 너무 잘해서 배수지 가수지 라는 생각도 했다.(웃음)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심지가 굳은 배우인 것 같다.

연출부, 조명부 등을 거치며 영화 현장에서 맷집을 키운 이종필 감독은 ‘전국 노래자랑’ 등을 연출한 감독이자 ‘약탈자들’ ‘푸른 소금’ 등에 출연한 연기자이기도 하다. 그가 ‘도리화가’를 연출한 이유
이종필 일단은 2013년 11월4일에 좋은 꿈을 꿨다. 이후 영화의 제작자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는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음악과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데 판소리라는 소재가 끌렸고, 저도 잘 몰랐던 신재효라는 인물은 판소리의 대가이자 이론가이면서 선생이면서 작가이면서 연출가였다. 저도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하는 입장에서 그 부분이 흥미로웠고, 진채선이라는 인물은 소리를 꿈꾸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제가 어렸을 적부터 영화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공감 갔던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영화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맑고 애틋해서 하게 됐다.
배우로 출연 욕심은 없다. 저는 영화가 좋아서 연출이든 촬영이든 다 좋았는데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하게 된 것이다. 다만 후반작업을 하면서 사운드가 비는 부분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대사를 넣은 부분이 있다.
류승룡 감독님은 배우 욕심이 있다. 현장에서 제가 없으면 제 역할도 하고 새벽 씨가 없으면 새벽 씨 역할도 했다. 배수지 씨 역할도 한다. 깜짝 놀랐다.

전국을 다니며 촬영, 기억에 남는 촬영지
류승룡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다. 강원도 빼고는 팔도를 다 다녔다.
송새벽 합천이 기억이 남는다. 숙소 옆에 작은 슈퍼가 있었는데, 슈퍼 아주머니가 독특한 캐릭터였다. 밤에 레깅스를 입고 강아지를 산책시켰는데 굉장히 유쾌했다.
배수지 합천에 오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합천 생태공원과 황매산은 제가 그곳에 촬영하러 갔다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종필 궁 바깥의 민초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생활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소리 연습을 하러 산에 가면 폭포도 있어야 하고 동굴도 있어야 하고 큰 바위도 있어야 했다. 이 산일 것 같아서 가 보다가도 다른 산에 있을 것 같으면 거기도 올라가 보기도 했다. 발품을 많이 팔았다.

촬영장 분위기
송새벽 류승룡 선배님은 항상 촬영이 끝나면 ‘오늘은 뭘 먹을까’ 하셨다. ‘우리가 저 집을 가볼까?’가 아니라 세팅을 다 해두셨다. 예전에 선배님께서 다녔던 맛집들을 데리고 가셨고, 가면 이미 음식이 세팅이 다 되어 있었다.
배수지 초반에 영화 속 채선이처럼 적응을 못했는데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송새벽 선배님은 계속 북을 맞춰 주시고, 류승룡 선배님도 연기에 대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 말씀들이 저한테 큰 깨달음이 됐다.

극중 배수지는 남장도 하고 숯 메이크업도 하고 사투리 연기도 한다
배수지 숯칠을 처음 했을 때 제가 원래 피부가 희었는데 까맣게 하니까 못 봐주겠더라. 그런데 채선이 분장을 하니까 확실히 채선에게 녹아들 수 있어서 조금씩 적응이 됐다. 촬영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촬영하나 봐’ 하고 보러 오시는데, 제가 앞에 있는데도 ‘수지가 없네’ 하면서 못 알아 보셨다.
류승룡 수지 씨를 처음 봤을 땐 수지맞았다.(웃음) 다른 의미가 아니라 저와 수지 씨가 처음 만나는 씬이 수지 씨가 저한테 회초리를 맞는 장면이었다. 감독님과 말씀 나눈 게 있는데, 수지 씨는 망가트리고 험하게 할수록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숯을 칠하고 사투리를 쓸수록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 같았다.
송새벽 두 분 다 실물이 낫다. 류승룡 선배님은 굉장히 젠틀 하셨고, 수지 씨는 TV나 영화에서 본 것보다 실물이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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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연기힌다는 부담감
배수지 부담이 많이 됐다. 조선 최초 여류 명창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자료들이 많이 없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진채선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연기했다. 채선이가 소리를 하면서 힘들어하고, 소리를 하고 싶어 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제가 잘 안다. 그래서 감정이입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끌어냈다.
송새벽 북은 기본적으로 많이 연습했다. 사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소리 때문에 망설였다. 제가 해낼 수 있을까, 관객들이 봤을 때 티가 많이 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따지면 실제로 북을 치는 분이나 소리를 하는 분들을 캐스팅할 수에 없다”고 하셔서 연습을 열심히 했다.
류승룡 북도 배우고 소리도 배웠지만 직접 하는 것이 아닌 가르치는 수장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번엔 좀 편하게 했다. 다행히 대학교 시절에 탈춤반 활동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종필 류승룡 선배님께서는 말씀하신 대로 소리를 하는 역할은 아닌데, 그래도 하는 장면이 있다. 흥에 겨워 혼자 술 취해 집에 가는 길에 흥얼흥얼 하는 대목이 있는데 저는 가볍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배님께서는 굉장한 부담을 가지고 연습하셨다. 송새벽 선배님은, 식사 때 막걸리 드시고 새벽 3시에 자리가 파하는데 북 선생님이랑 막걸리를 사 들고 계속 치셨다. 그리고 송새벽 선배님 추임새가 굉장히 독특한데 듣기가 좋다. 해학이 담겼다. 그리고 배수지 씨는 처음 연습을 하고 듣는 자리에서는 긴장한 티가 많이 났는데 이후 꾸준히 연습해서 정말 좋아졌다.

배수지와 진채선의 감정이입
배수지 가수를 준비할 때 연습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좋고 혼자 남아있을 때 희열도 느꼈다. 그런데 연습을 많이 하는데도 잘 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한계에 계속 부딪히고 눈물도 많이 났다.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던 과정이 기억이 많이 났다. 그런 기억들이 많이 나서 감정이입이 됐다.

제자 배수지가 두 스승에게 배운 것
배수지 현장에서 제가 많이 반성을 한 부분인데, 선배님 두 분의 대본에 뭔가가 빼곡하게 적혀져 있는 것을 봤다. 선배님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는 더 열심히 대본이 찢어지도록 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제자 배수지가 스승 류승룡에게 한 선물
배수지 편하게 신고 다니시라고 슬리퍼를 드렸다.
류승룡 고급 슬리퍼다. 시중에서는 본 적이 없다. 흙을 묻힐 수가 없어서 집에서 신는다. 집에서 신을 신발이 아닌데.. 그런데 저는 신발보다 흰 여백이 없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을 엽서에 적어 보내주어 감동받았다.
송새벽 처음 듣는 이야기다. 신재효와 진채선의 관계이니 이해하지만 좀 서운하다.
배수지 제가 잘못했다.(웃음)

류승룡, 송새벽, 배수지가 북 치고 소리하는 영화 ‘도리화가’는 오는 11월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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